[한국뉴스저널] 기계가 스스로 판단한다는 말은 종종 오해를 부른다. 실제로는 방대한 데이터와 규칙, 보상 함수가 결합해 ‘최적의 행동’을 계산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그 계산을 ‘양심’이라 부르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인간의 윤리적 기대와 놀랄 만큼 겹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은 결과의 일치가 아니라, 과정의 자각과 책임의 수락에서 시작된다. 스스로의 이유를 설명하고, 그 이유가 틀렸을 때 고쳐 나갈 수 있는가 — 이것이 양심의 최소 요건이다.

따라서 ‘설명가능성’은 친절한 해설이 아니라 책임의 기술적 형태다. 추천과 거부, 승인과 배제의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야 사회적 시정과 법적 구제가 가능하다.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 공정했는지, 학습 과정에서 누구를 배제하거나 과잉대표했는지, 배치 환경에서 성능 저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으면, 기계의 판단은 곧 권력의 블랙박스가 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잘 동작하는 모델’이 아니라 ‘잘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모델은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어떻게 발견하고, 누가 고치며, 그 사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하는가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거버넌스(출처·동의·품질), 알고리즘 감사(내부·외부), 영향평가(인권·안전·환경), 인적 개입권(항의·이의제기)의 제도화가 필수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수록, 책임의 주체는 더 명확해져야 한다.

결국 ‘기계의 양심’은 인간이 설계하고 유지하는 규범의 다른 이름이다. 판단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절차,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기준이 있을 때,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의 시대는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단순하다 — 좋은 결과보다 좋은 책임.